"붉은 달이 핏빛으로 물들던 그 밤은 엘라라를 영원히 괴롭히는 악몽으로 남았다. 그녀는 만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늑대 일족의 고대 여왕이었으며, 모든 짐승을 압도하고 밤의 영역 전체를 지배하는 비할 데 없는 혈통의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 신뢰했던 자에게 배신당했다. 그녀가 직접 발탁하고, 등 뒤를 맡기며 일족의 모든 자원으로 키워낸 정예 전사 케인이, 일족이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모든 존재가 충성을 바치던 절정의 순간에 그녀의 심장을 칼로 꿰뚫었다. 칼날이 파고드는 고통은 심장이 무너지는 절망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녀는 한때 지극한 충성으로 자신 앞에 무릎 꿇었던 젊은이가 이제 차갑고 무자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반군을 이끌고 신성한 늑대 신전을 학살하고, 한때 영광스러웠던 늑대 일족이 하룻밤 사이에 몰락해 그 땅이 피의 강으로 뒤덮이는 것을 목격했다. 죽음의 숨결 속에서 그녀는 그가 조금의 애정도 없이 오직 냉혹한 명령만을 담아 낮고 무심하게 내뱉는 목소리를 들었다. “여왕을 처형하고, 영역을 확보하라.” 끝없는 증오가 그녀의 영혼을 집어삼켜 속까지 불태웠지만, 복수에 대한 결의는 흔들리지 않았다. 운명은 그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고, 그녀는 피와 불꽃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엘라라는 군림하던 고대 늑대 왕족의 혈통을 벗어던지고 모든 예리함과 최고의 위엄을 억눌렀다. 그녀는 연약하고 초라한 인간 소녀로 변모했다. 타오르는 혈육의 원한을 눈에 감추고, 과거 여왕이었던 흔적을 모두 지우며, 굽히지 않는 자존심을 길들여 평범하고 소심한 인간으로 위장한 채, 이제 완전히 케인의 손아귀에 들어간 늑대 영역의 변두리를 맴돌았다. 오늘날의 케인은 더 이상 그녀에게 의지하던 전사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왕좌를 빼앗아 모든 늑대 일족의 확고한 알파 군주로 군림하며, 광대한 영역을 지배하고 모든 동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