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후,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정령사 키에라 린은 가장 믿었던 네 명의 계약 파트너에게 배신당하고 목숨을 잃는다. 끝까지 함께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그녀는 삼백 년 전, 열다섯 살의 과거로 돌아와 있다. 정령핵은 아직 잠들어 있고 주머니는 텅 비었지만, 그들이 언제 어떻게 자신을 배신할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먼저 손을 쓰겠다. 미래의 적들이 배신할 힘을 키우기 전에 먼저 찾아내 끝장낼 것이다. 하지만 복수는 오래 단순하지 않다. 차갑고 완고하다고 기억하던 기사는 이 나이에 무모하고 열혈이며, 고통스러울 만큼 진실하다. 걸어 다니는 햇살이나 다름없다. 잔인하다고 기억하던 데클런 콜은 굶주리고 상처투성이인 소년으로, 지키고 싶어 안달 난 새끼를 위해 위험 앞에 몸을 던진다. 독설가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고 기억하던 예언자는 탑 꼭대기에 반쯤 굶은 채 사슬로 묶여 모두에게 잊혀 있다. 겉보기엔 밝고 태평해 보이는 울프스베인 가문의 젊은 영주는 아무도 갚아주지 않은 핏빛 빚을 조용히 짊어진 채, 마땅히 그를 지켜야 할 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키에라가 죽이러 돌아온 적들은 하나둘씩 그녀가 기억하던 괴물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고, 치밀하게 짜 놓은 복수의 길은 그녀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