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체육대학 문을 막 들어선 임여는 캐리어를 끌고 운동 반바지 차림으로 걸어오는 선배 구야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같은 기숙사 방에 배정된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구야는 늘 땀에 젖은 채 옷을 갈아입고, 좁은 공간에서 근육의 윤곽이 숨을 곳이 없다. 임여는 처음엔 겨우 시선을 교과서에 고정했지만 심장은 거듭 무너졌다. 밤이 되면 그는 공용 욕실로 숨어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옆칸에서 새어 나오는 억눌린 숨소리를 듣는다. 다음 날 코트에서 구야가 수건을 건네며 손끝이 닿자, 임여의 얼굴은 한참 동안 붉은기가 가시지 않는다. 기숙사 문 위 작은 창에는 때때로 세 번째 사람의 그림자가 비친다. 땀과 숨소리, 그리고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거리가 본래 룸메이트일 뿐이던 두 사람을 돌아올 수 없는 밤으로 한 걸음씩 밀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