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 2년, 변경이 함락되었다. 금군이 성을 함락한 날, 조송 종실 조승안과 궁녀 심청화는 피와 불 속에서 마지막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에게 내생을 약속했지만, 그녀는 다만 말했다. "만남만으로도 상상첩이야." 그날 밤, 조승안은 난군 속에서 죽었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심청화는 포로가 되어 북으로 끌려갔고, 길고 긴 치욕과 기다림 속에서 27년의 세월을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 약속 하나를 지키며 보냈다. 그녀는 청춘에서 백발이 될 때까지, 궁벽에서 관외의 황야까지 기다리며, 그가 나라를 되찾아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라 굳게 믿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남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승안…… 아직 안 온 거야?" 이것은 난세와 기다림, 그리고 희망 없음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이는 그날 밤에 죽었고, 어떤 이는 한평생을 바쳐 결코 오지 않을 재회를 향해 걸어갔다. 인생은 고작 삼만 일, 만남만으로도 상상첩이다.